동국제강이 후판가격을 인상했다. 동국제강은 소재인 슬래브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을 감안하여 9월29일 주문투입 분부터 톤당 15만원의 가격인상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 후판 가격은 선급용은 톤당 141만원, 일반용은 144만원이 됐다. 포스코 제품과의 가격차는 일반용이 톤당 46만원, 선급용은 49만원으로 더 확대됐다.
◇ 가격 하락시점에서 왜 인상 발표했을까?
기본적으로 원가상승이라는 요인도 있지만 현재 시황이 거의 바닥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계절적으로 성수기에 진입했다는 점 ▲국내 가격 하락이 펀더멘털상 수요부진이 아니고 여름 비수기와 그 동안 가파른 가격 상승에 따른 기술적 요인에 의한 하락이라는 점 ▲내수가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는 중국 수출오퍼가격도 한계원가에 도달했다는 점 ▲시중 실수요가 재고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동국은 가격인상에 앞서 수요가 방문 등을 통해 사전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10월 국경절 연휴 이후에는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또 현재 미국의 금융불안 사태도 미국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 시중가는 하락세, 시황 반전 가능할까?
이번 가격인상에 대해 맨 처음 반응은 경기침체와 내수 및 국제가격 하락에다 미국 발 금융위기 사태까지 겹친 상황에서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은 “한중일 주요 메이커의 설비 보수에 따른 타이트한 수급과 실수요가 및 2차 유통점들의 재고가 적다는 점, 수입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조선용의 경우 톤당 1,250~1,320달러(fob)로 제반 비용과 환율을 감안했을 때 국내가격보다 높은데다 품질과 납기상의 문제로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시중 재고가 많은 대형 유통상이나 트레이더도 가격인상을 반기는 분위기다. 유통업체 임원은 “시중 가격 하락과 환율 상승으로 환차손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최소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임원도 “현재 시황과 가격 추가하락에 대한 기대심리 등을 감안할 때 초기에는 저항이 있겠지만 시중 재고와 수급상황을 감안할 때 인상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유통이나 트레이더들은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가격을 올리겠다는 자세인데 동국제강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 현대제철에도 가격인상 힘 실어
현대제철의 열연가격 조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역시 동국제강과 마찬가지로 슬래브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똑같이 제품가격보다 높은 슬래브 가격으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급 사정 역시 후판과 마찬가지로 포스코 및 중국, 일본 고로사들의 대규모 설비공사로 공급량이 줄어든데다 시중 재고도 극박재 부족이 심화되는 등 양극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현대제철 역시 가격인상에 대해서는 최종적인 결정만 남겨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에는 인상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포스코도 가격 조정할까?
가장 큰 관심사는 포스코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여부이다. 현재까지 포스코의 입장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이다. 그러나 동국제강 제품과 가격차가 무려 50만원 가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가격차로 인한 수급불안은 적지 않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가격차에 의한 수급불균형 해소를 내세워 가격을 조정한바 있다.
그러나 포스코의 가격 조정은 연내 없을 가능성도 있다. 포스코의 가격 조정 요인에는 원가나 수급 요인뿐만 아니라 주변국가 동향과 수요가 수용능력 등을 감안해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물가안정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오명을 쓰고 가격인상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더욱이 또 분기에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가격차로 인해 심각한 왜곡현상이 나타날 경우 포스코 역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홍식·기자 khan082@steelnsteel.co.kr[스틸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