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강 산업은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성장.발전을 지속해 왔다. 조선산업 역시 2000년대 초반 일본을 추월하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조선 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1인당 철강소비량이 1천㎏에 육박해 철강 산업이 국내에서는 더 이상 양적인 확대가 어려워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고, 조선 산업 역시 세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도 양 산업이 세계적인 위상을 유지하고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호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따라 EBN은 철강과 조선 산업의 상생을 통한 시너지와 윈-윈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주>
철강산업에서 축적된 핵심역량과 경영능력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에너지·조선해양부문이다.
세계 철강산업은 성장하고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또한 이런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술 개발이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 또한 후방 산업인 조선이나 자동차, 가전, 플랜트의 경쟁력 또한 이런 부분에서 발휘되기도 한다.
| | 일본 조선산업이 30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철강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유럽 등의 조선사들과 경쟁하면서 TMCP(Thermo Me-chanical Controlled Process)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함으로써 조선업에서 30년간 세계 시장을 호령할 수 있었다.
TMCP강은 건축구조용·조선용으로 쓰이는 고급 후판재를 말한다. 일반강에 비해 용접성이 우수하고 강도가 높아 고층 건축물을 물론 조선 제작 적용에 유리한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 역시 이같은 기술을 선 보유한 일본을 따라잡고 세계 최고의 조선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면에는 국내 조선사들의 노력과 함께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기술 개발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세계 최고자리에 올라서면서 일본보다 더 큰 도크를 건설하고 더 큰 선박을 수주받으면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또 오늘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황을 감안하면 양 산업은 선박과 철강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를 통해 향후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조선사들과 함께 철강업체들의 공동 노력과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 기술적 접근부터 국제적 대응까지 TMCP 등 기술적인 접근부터 새로운 강종개발, 그리고 국제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철강과 조선업체간은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 | 포스코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TMCP강은 8천5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의 하중이 집중되는 이중 외벽 상단부와 가운데(해치코밍, 어퍼데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연간 2만여t의 고강도 TMCP 강재에 대한 수입 대체효과를 거뒀다.
특히 최근에는 컨테이너선이 1만TEU 이상급도 많이 생산하고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강판 개발, 용접 기술 개발 등 참여의 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지금은 국내 조선사들의 도크가 더 크기 때문에 일본 조선사들보다 높은 품질의 철강재가 필요한 상황이며 선박 발주사들은 일본에서 생산하지 않고 있는 제품을 국내 조선업체들이 요구하는 일까지 빈발하고 있다. 양 산업의 보완.협력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다.
물론, 초기에는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간 상호 신뢰의 문제로 발주 시 철강사에 필요한 강종을 통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조선사들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품질과 납기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상호 논의를 통해 필요한 강종을 개발하고 적기에 공급해 주는 협력관계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국제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이제는 철강업과 조선업이 함께 대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TMCP에 대한 유럽 측의 불안문제에 대해 국내 철강업체와 조선업체가 함께 대응한 사례라든지, 최근 1만TEU 컨테이너에 대한 깨짐 현상 문제 재기에 대한 공동 대응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해 국제적인 크레임과 수요 개발에도 공동 대응하고 있다.
결국, 철강과 조선해양업은 상호 보완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밖에 없다. 독일의 티센크루프는 100년 전부터 조선업을 병행하고 있고, 최근 일본의 JFE도 유니버설조선의 지분 84.9%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바오스틸 역시 자국 내 조선그룹과 합작으로 조선소를 건립키로 한 바 있다.
또한 국내에서 부족한 조선용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분도 국내 철강사들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이 역시 서로간 상생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후판 수요는 2006년 910만t에서 2010년 1천3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철강사들은 최근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2010년 이후에도 후판 부족 현상이 심화돼 500만t 이상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국내 철강업체들의 후판 증설이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2009년 광양 4고로 능력확장공사 이후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는 쇳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후판공장을 광양제철소에 건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증산되는 용선의 후속공정을 위해 광양제철소에 연산 200만t 규모의 제강공장도 건설해 신설 후판공장에 슬래브를 원활하게 공급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연산 20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오는 2008년 8월 착공해 2010년 7월 준공할 계획이다. 또한 제강공장은 후판공장보다 1개월 앞당겨 준공하기로 했다.
오는 2010년 200만t 규모의 광양 후판공장이 준공되면 포스코의 후판생산량은 포항제철소 2·3후판공장 설비개선에 따라 증산하는 120만t을 포함해 700만t으로 늘어난다.
동국제강 역시 기존 포항 후판 공장과 신규 당진공장을 건설하는 등 물량 확보에 나섰다. 2009년까지 신증설을 통해 410만t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
또한 현대제철 역시 고로가동과 함께 연산 150~200만t의 후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런 계획이 모두 마무리되는 오는 2010년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후판 생산량은 1천300만t내외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선·중공업 등 국내 후판 수요산업의 소재 수급난이 완화되고 일본·중국 등에서 연간 350만t씩 수입하는 후판의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대형 LNG선과 컨테이너선 건조 등에 필요한 고급 후판재의 공급 확대로 국내 조선·중공업 고객사들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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