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산 조선용 후판이 갈수록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일단 가격이 한.중.일 3국을 통틀어 가장 싸다. 현대 포스코산 후판 가격은 조선용 선급재가 톤당 78만5천원이다. 또 다른 국내 후판 제조사인 동국제강의 후판가격은 선급재가 톤당 101만원으로 포스코산보다 22만5천원이나 비싸다.
중국산 조선용 후판도 가격이 올해들어 천정부지로 솟으며 6월 선적분 오퍼가격이 운임포함가격(CFR)기준 톤당 1,25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로의 조선용 후판 수출가격이 톤당 8만천엔에 달하고 있는 일본산 조선용 후판(신일본제철산기준)도 일본 업체들이 최대 40%까지 내수가격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 수출가격이 조만간 최소한 톤당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조선업체들은 가격 인상 후에도 톤당 70만원대에 불과한 포스코 조선용 후판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하지만 생산 물량이 한정돼 있다보니 신생조선소들은 거의 포스코산 후판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광양 제철소에 연산 200만톤 규모의 후판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지만 오는 2010년 하반기에나 가동이 될 전망이다.
신생조선소들은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를 받아놨지만 최악의 경우 후판이 없어 배를 못만드는 상황도 속속 연출되고 있다.
포스코산 조선용 후판을 못구하면 동국제강산이나 일본산, 혹은 중국산을 써야 되는데 일본산의 경우 조선용 후판을 구하기가 포스코산보다 더 어렵고 동국제강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1,200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후판을 쓰자니 재료값이 조선가격 보다 더 나갈 판이다.
오죽하면 포스코에 " 대형 조선 사들의 공급물량을 줄이고 중소형 조선사들로의 공급물량을 늘려달라"고 하소연까지 했을까.
현재 포스코가 생산한 조선용 후판을 공급받고 있는 조선소는 현대중공업 등 대형사 7개사, 성동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 7개, 오리엔탈정공 등 조선기자재 생산업체 4개 등이다.
이중 대형사에 공급되는 물량이 86%~87%에 달할 정도로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신생조선소들을 위한 자리는 거의 없는 셈이다.
대형 조선사들이야 중국산이나 일본산 등을 많은 물량에 구입하는 조건과 현재까지 쌓아온 협상력으로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신생조선소들은 그러한 협상력을 구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포스코 입장도 이해가 된다. 신생조선소에 공급하기 위해 기존 거래선 물량을 줄이기란 매우 힘들다.
업계 및 시장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일반인들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정론을 펴곤한다. 하지만 도크만 만들면 후판을 공급받을 것이란 막연한 판단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신생조선소들이 과연 지속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 철강사의 판단 역시 장래를 내다볼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 한국철강신문, 김국헌기자(취재안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