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철근 사재기 1만톤說 진실은?
현실성 부족... 비용 면에서도 큰 부담
최근 정부당국 몇몇 업체 대상 조사 일부 유통업체, "감출 거 없다" 반응정부가 서울의 철근 유통업체와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다. 산자부 소속 사무관이 최근 철근 유통업체인 S사와 K사등을 방문했다. 하치장 재고와 판매 실적 파악 등이 이유였다.
산자부와 재경부 등 정부 당국은 철근 제품의 가격 급등과 출하량의 현저한 증가가 조사의 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유통업계는 '유통업체 철근 사재기 1만톤설' 이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있다.
일부 철근 유통업체가 하치장에 철근을 1만톤씩 쌓아놨다는 내용이다. 쌓아둔 철근을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출하하지 않아 유통 물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소문은 최근 원활하지 못한 수급 상황과 겹쳐 건설업체 등 수요가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유통업체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소문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비용적인 문제와 제품 보관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그 근거다.
우선 비용 측면에서 철근 1만톤 비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철근 가격을 톤당 70만원으로 계산 했을 때 1만톤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70억원이나 된다. 중상 이상의 유통업체 연간 매출액이 600~1500억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유통업체의 월 매출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월 매출액 규모의 자금을 몇 달 동안 묶어두는 것은 재정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유통업계는 "그 정도의 자금력이라면 굳이 사재기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번째는 1만톤을 하치장에 적치할 때의 물리적인 문제다. 보통 330㎡ 면적의 하치장에 보관할수 있는 철근의 양은 최대 1,000~1,200톤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문에 연루된 한 업체의 경우 경기와 경남 지역 등지에 2,600여㎡규모의 하치장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보관 가능한 한계가 1만톤에 미치지 못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하치장이 넘칠 정도로 철근을 쌓아두면 비용이나 관리는 둘째 치고 지반이 내려앉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라며 "사재기 할 마음이 있어도 안전사고나 땅고르기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혀하면 하치장 가득 철근을 쌓아두는 일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체들은 최근 정부의 조사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애초부터 1만톤씩 비축해 놓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감출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소문이 돌게 된 원인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수요업체에서 표시한 불만이 와전됐거나, 몇 개 유통업체의 재고 총합이 한 업체의 재고량으로 잘못 계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심홍수기자/shs@kmj.co.kr [한국철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