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시작과 함께 철강시장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 폭등으로 불안과 긴장이 흐르고 있으며 도처에서 시장왜곡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첫째, 강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수년 동안 공급포과로 인해 좀체 발생하지 않던 가수요 바람이 불고있다. 그동안 강관 등 철강제품 가격 인상, 아니 정상화 시도가 모두 수요가 뒷받침 되지 못하면서 실패로 돌아갔고 그로 인해 구가격(종전 공장도 가격)기준 마이너스까지 판매되는 상황까지 벌어진 바 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강관사 등 생산업체 공장 및 제품창고에 재고가 완전히 사라져 가고 있다. 이번에는 원자재인 열연강판 가격 급등, 수입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은 물론 제품 생산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2~3년간 제자리에 머물던 강관 가격도 상승에 탄력을 받고 있다. 공장도 기준 할인제도의 폐지, 2차례에 걸친 테이블 가격 인상에 이어 또다시 가격 인상 설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실제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시장의 순환결과가 아니며 결국 시장왜곡의 결과라는 점에서 실로 불안하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공급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수입된 물량이 출하되지 않고 부두와 창고에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가격 추가 인상을 기대하고 있는 수입 · 유통업체들이 판매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일부 부두에서 더 이상 쌓을 자리가 없다며 하역 자체를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유통시장에서는 제품이 없어 수요가들이 아우성이다. 세 번째는 국내산 제품 가격이 수입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 계속되면서 수급조절이라는 수입의 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재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수입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덜한 상황이지만, 실제 수입 의사결정 당사자로서는 실로 피가 마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위 상투라 불리는 가격 꼭지점에서 수입한 물량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입이 제때에 적소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철강시장의 수급은 불안해지고 있으며 국산과 수입재의 엄청난 가격 차이는 오히려 좋은 품질을 가진 국내산 제품이 수입 제품으로 둔갑하는 불법 현상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시장 왜곡 현상은 가격 급변기에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국내 철강시장에서 이러한 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수급과 가격이라는 변동 요인들이 시장원리대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대표적으로 국내 철강재 가격은 국제가격에 탄력적으로 연동되지 않고 있다. 가격 조정 주기나 시점이 상당히 늦다. 특히 봉형강류보다 판재류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를 제외한 판재류 업체들의 수익성이 봉형강류 업체보다 나쁜 근본적인 원인도 이것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국내 철강시장은 수출이나 수입 모든 측면에서 상당히 글로벌화 됐다. 하지만 가격 조정은 여전히 따로 놀고 있다. 이를 바로 잡아야 국내 철강시장에서의 왜곡 현상이 사라지고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국철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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