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을 지나면서 세계 철강재 가격 급등이라는 시장상황의 대변화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업종이 있다. 국내나 해외 모두 열연강판, 빌릿, 선재 등 소재를 상공정 철강사에 의지하고 있는 냉연판재류, 강관업체, 봉형강류 전문 압연업체, 선재 2,3차 제품 생산업체들이다. 자원빈국이라는 우리의 특성상 철광석과 유연탄의 거의 전량, 그리고 철스크랩의 약 3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철 스크랩의 경우 700만톤 정도에 이르는 전기로 설비증설로 인해 자급률은 당분간 오히려 후퇴할 전망이며 최종적으로 자급 시기 역시 늦춰질 것이 명약관화 하다. 어떤 면에서 국내 철강사들의 국제 원가 경쟁력은 당분간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중간 소재를 외부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실제로 모 강관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열연강판의 수급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은 것이 실제 상황이다. 세계적인 철강 및 원료, 소재 가격의 랠리 현상을 예감하고 2008년 1분기 열연강판 수입 협상을 마무리 한 직후 또다시 물량 확보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는 것이다. 중국의 안산, 무한, 본계강철 등 강관용 열연강판 주요 수출업체들이 이미 물량이 없다는 이유로, 가격 역시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30~50달러 오른 700달러를 제시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가격이 급등 했으며 이마저 물량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강관사들의 경우 가격 인상을 예상한 유통업체들이 매입을 서두르면서 현재 대부분 제품 재고가 바닥났으며 조관설비를 최대한 가동하려 하지만, 몇몇 업체들의 경우 소재 확보가 걸림돌이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강관사들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좀 더 길었으면 조금은 현재의 상황을 만끽(?)할 수 있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나마 강관사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나은 것이 확실하다. 냉연판재류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국내 소재 공급량이 줄어든 가운데 수입 가격 폭등은 마찬가지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강관사와의 차이점은 제품 가격의 조정에 있어 자율성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재 공급자이자 제품인 냉연판재류 시장 주도자인 포스코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강재 특성상 블랜드는 물론 품질에서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주요 구매 의사결정 요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냉연판재류 업체들은 지금까지 대형 수요가로서 포스코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사실과 동종 업체 간의 상생과 협력을 이야기하지만 글로벌화 진전으로, 특히 중국 철강사들의 급성장과 국내 시장 잠식에 맞서야 하는 포스코로서도 대응 논리는 충분한 듯 하다. 여하튼 이번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는 시장의 최대 관심은 포스코의 열연강판과 냉연판재류 가격 인상폭에 모아지고 있는 듯 하다. 모쪼록 슬기로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양 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포스코의 우산만 너무 믿었던 냉연판재류 전문업체들의 진정한 활로는 어디 있는가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 한국철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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