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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하다 대담하다 제군들은 철강맨 / 중앙일보

"하루가 즐겁죠.”

 2000년 들어서만 세 철강회사를 인수합병(M&A)하고 회사 이름을 두 번 바꾼 회사. 5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 회사. 현대제철은 국내 철강업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신을 추구해 왔다.

 이 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많은 철강업체가 부도를 맞는 등 철강산업이 휘청거리자 이를 기회로 삼아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섰다. 2000년 3월 강원산업(현 경북 포항 공장)을, 2004년에는 한보철강(현 충남 당진 공장)을 편입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연간 최대 8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시작했다. 무려 5조2400억원을 들이는 대공사다. 박승하 사장은 “400만t급 고로 두 기가 가동되는 2011년에는 조강 생산능력이 1850만t 규모가 돼 세계 10위권의 종합철강회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현대제철’이라는 사명만 보면 회사 역사는 고작 1년이 조금 넘었다. 지난해 3월 현대INI스틸에서 현대제철로 간판을 바꿔 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53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철강회사인 ‘대한중공업공사’부터 치면 이 회사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는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 산업의 근대화 과정과 궤를 함께해 온 셈이다. 대한중공업은 수차례 사명을 변경하고 민영화 과정을 거쳐 인천제철이라는 이름으로 78년 현대그룹에 편입됐다. 현대 계열사로서 첫 사장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었다. 2000년에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이듬해 4월 현대자동차 그룹의 일원이 됐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포스코(3010만t)에 이어 국내 둘째로 많은 1050만t의 철강을 생산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 16.7% 급증했다.

 ◆도전 정신이 중요=숱한 변화를 겪어서인지 현대제철은 도전 정신을 중시한다. 이 회사의 로고 ‘H’는 High Spirit(진취적 기상), Harmony(조화), Humanity(인류애)를 상징한다. 인사팀의 심의랑(42) 차장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이 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검증한다”고 말했다. 시험의 하이라이트는 블라인드 면접. 심 차장은 “학력·가족관계·출신지역 등을 면접관이 모르는 상황에서 실무 능력이나 인성 등을 집중적으로 물어 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입사한 김민오(제철투자관리팀·27)씨는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했는데 블라인드 면접 방식이라는 걸 알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홈페이지와 제강 관련 자료, 채용 사이트·커뮤니티·경제지 등에 실린 회사 관련 기사 등을 면접 직전까지 외울 정도로 읽고 분석했다.

 입사가 확정되면 ‘3H’에 역점을 둔 교육을 다섯 단계에 걸쳐 받는다. 첫 4주 과정은 합숙, 생산현장에서의 기초 철강 교육, 재활 기관 봉사활동, 해병대 캠프 체험 등이다. 다음 4주간은 5명 안팎으로 한 조가 돼 생산·영업·관리 부서를 돌며 회사 전반의 사무를 체험한다. 이후 석 달간은 특정 부서에 배치돼 실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익힌다. 선배 한 사람을 멘토로 배정해 1년간 지내게 한다. 지난해 말 입사한 회계팀의 이시언(27)씨는 “개인적인 어려움까지 돌봐줘 한식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냉정한 업무평가=이 회사의 업무 평가는 냉정하기로 소문났다. 인간성과 조화를 강조하는 한편 신상필벌이 엄격한 것이다. 평가는 직원 간 설문조사와 팀 단위의 평가로 나뉜다. 설문에서는 팀 내에서 가장 일 잘하는 직원과 못하는 직원을 각자가 적어낸다. 이는 곧 보상제도로 연결되고 연봉에도 반영된다. 김경식(46) 홍보팀장은 “지나친 경쟁을 유도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팀 단위의 평가에서 조직력을 중시함으로써 개인 실적주의에 빠지는 부작용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회사의 관심은 ‘직원 사기 높이기’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이(異)문화 체험’이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다른 직위의 직원 2∼4명이 한 조가 돼 주제를 정해 해외에 나간다. 한 달에 두 팀 정도를 선발해 열흘 정도의 개인 휴가를 활용케 한다. 올 들어서는 GWP(Great Workplace) 운동을 벌이고 있다. 팀별로 기 살리기 관련 아이디어를 내고 그 이벤트를 이끄는 것. 팀별로 리더를 뽑기도 했다. 슬로건은 “당신이 웃으면 회사가 즐겁다”. 인사팀에서 GWP운동을 담당하는 전천웅(40) 차장은 “이색 음식점 찾아가기, 생일파티, 주간 정보 미팅으로 팀원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고 전했다.


▶설립 연도:1953년 6월 10일
▶본사:인천시 송현동 1번지
▶직원 수: 6000여 명(사무직 1800여 명, 기능직 4200여 명)
▶2006년 실적
-매출액: 5조4812억원
-영업이익: 5917억원(영업이익률 10.8%)
▶생산 공장:인천, 경북 포항, 충남 당진, 중국 칭다오
▶주력 생산품:열연강판·H형강·철근·스테인리스 등
                                                               문병주 기자


■신입사원

"면접관 앞에서 나의 목표와 열정 당당히 밝혔죠”
 “남성 문화요? 1990년대적인 얘기죠.”

 지난해 말 현대제철에 입사한 설비구매 1팀 남해진(23·여)씨. 동기 70명 중 여성은 단 셋이다. ‘현대’ 특유의 남성적 이미지와 ‘제철’이라는 강한 이미지가 결합된 탓인지 여성의 지원 비율이 20%에 미치지 못했다. 주변에서 지원을 만류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남성 문화가 지배적인 회사에서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죠.”

  하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직장 선택의 기준이 있었다. “나와 회사의 성장이 함께 이뤄질 수 있는지 고려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이 컸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신문에서 현대제철이 일관제철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을 굳혔다.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을 보고선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한 것은 면접이다.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계열사가 다른 기업들에 비해 지원자의 열정과 기본 자세를 중시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나와 회사와의 연관성, 내가 이곳에서 이룰 수 있는 일에 관한 나만의 개성이 있어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회사 인터넷, 인터넷 커뮤니티, 신문 기사 등을 검색해 모은 정보에 “왜 현대제철을 택했나”하는 동기 요인을 결합하는 연습을 했다.

 면접에서는 ▶입사 의지▶입사 후 회사의 비전을 이루는 열정 ^원하는 분야에서 나만의 목표를 이루려는 열정 등 을 강조했다. 대학 시절 방송국 리포터, 학원 강사, 기업체 인턴, 설문조사 아르바이트, 장미 가두 판매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현대제철에는 입사 전 주위에서 우려하던 ‘남성 중심적 문화’ 대신 ‘대가족 문화’가 존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남성 문화라든가 상명하복의 문화라는 건 90년대에는 있었을지 몰라도 제가 보기엔 서로 예의를 지키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분위기를 느껴요.” 팀의 과장이나 대리급이 멘토가 돼 업무 과외지도를 해 준다고 했다. 그래도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줄 뿐 고기를 입에 넣어 주는 일은 없다고 한 다.


Q&A

Q: 올해의 공채 일정과 채용 인원은.
A: 10~11월 가을 공채가 남아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130명을 뽑았다. 올 하반기는 일관 제철소 완공에 대비해 우수 인재를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더 많이 뽑을 계획이다.
Q: 채용 시험 방식은.
A: 서류전형, 인·적성 검사, 실무·임원 면접 등이다. 실무 면접은 지원 분야 사내 전문가들이 면접관으로 나와 해당 지원 분야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묻는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학력·학점·전공 등을 알지 못한다.
Q: 입사 후 근무지는.
A: 서울 양재동의에 서울사무소가 있다. 공장은 인천과 경북 포항, 충남 당진 등이다. 재무·인사 등 지원 인력과 일관제철 사업 관리부서에 배치받으면 서울사업소에서 일한다. 공과대 출신 엔지니어들은 세 공장에서 근무한다. 일관제철소와 관련해 선발한 연구인력은 당진 기술연구소에 배치한다.
Q: 여성의 비중은.
A: 철강이라는 업종 특성과 중후장대한 그룹 이미지 때문에 지원자가 적은 편이다. 지난해 뽑은 여성 대졸사원은 7명(공채 4명, 경력 3명)으로 많지 않았다.
Q: 술을 많이 마시나.
A: 과거에는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영화나 연극을 보는 등 회식 문화가 변하고 있다. 신세대 사원들이 부담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회식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Q: 대졸 신입의 연봉 수준과 해외근무 기회는.
A: 기본 연봉이 3000만원 정도다. 중국 칭다오에 법인이 있으며 프랑크푸르트·베이징·로스앤젤레스·도쿄 등에 해외지사가 있다. 총 20명 정도가 해외에 나가 있다. 4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 기회를 주며 3년 정도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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