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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수출 급증...`오일머니` 특수로 1분기 90억 달러

지난달 2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두바이. UAE 수전력청은 이날 11억4000만 달러 규모의 제벨알리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자는 두산중공업. 이는 한국이 해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의 발전소 건설공사다. 제벨알리 발전소 계약은 세계시장의 판도까지 바꿔놓았다. 두산중공업이 제벨알리에 먼저 발전소를 건설하던 일본 도시바에 설비를 납품해 오다 순식간에 두바이 최대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이 분야 시장을 과점해 온 미국 GE,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일본 미쓰비시 등 4대 메이저조차 한국 기업의 도약에 긴장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이미 중동에서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플랜트 건설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월에는 대림산업이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한 10억 달러 규모의 폴리카보네이트(공업용 플라스틱) 생산공장 건설사업을 따냈다. 지난해에만 10억 달러가 넘는 프로젝트 수주가 3건이었다. 올해도 5억 달러가 넘는 공사가 6건에 달하고 있다.

한국의 플랜트 수출이 날개를 달고 있다. 기름값 상승으로 오일달러가 넘쳐나는 중동과 아시아.아프리카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가격.기술 경쟁력으로 무장하고 무섭게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9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의 플랜트 수출은 89억8000만 달러로 1년 전에 비해 43%가 늘었다. 이는 2004년 전체 수출액(83억6000만 달러)보다도 많은 액수다.

◆ 폭발하는 플랜트 수출=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무엇보다 오일 달러가 넘친다. 여기에다 오일 달러의 상당 부분을 발전소.담수설비 공사에 쏟아붓는 산유국들이 늘고 있다. 그 시장을 저렴하면서도 기술력을 갖춘 한국 설비산업이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공섬 팜 아일랜드를 만든 데 이어 사막 한가운데에 스키장까지 건설한 두바이다. 이 같은 시설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두바이 외곽의 해안지역인 제벨알리에 잇따라 초대형 발전소를 짓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인도네시아도 앞다퉈 발전소를 세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틈새시장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설비 가격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 기업보다 싼 반면 기술력은 대등한 수준이다.

지난해 플랜트 수주는 254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1분기에 이미 90억 달러에 육박해 지난해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차동형 수출입팀장은 "중동과 아시아.아프리카 산유국의 플랜트 건설이 본격적인 착수 단계여서 플랜트 수출은 앞으로 몇 년간 호황을 이룰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 플랜트 수출=기계 등 각종 장치와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 건축물 등을 한꺼번에 수출하는 것을 일컫는다. 발전소.화학공장.제철공장의 장치와 건물을 통째로 지어 파는 식이다.
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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