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중국 진출을 강화하고 있어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진출을 추진중인 후발 업체들은 기술 유출 문제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선발 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중국에서 선박건조 시설을 짓는 것 자체가 선박건조 노하우를 통째로 넘겨주겠다는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진출의 선두주자는 국내 후발조선사인 STX. STX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 랴이닝성 다롄에 46만평 규모의 조선소와 선박 블록(선박 부품 덩어리) 공장건립에 착수한데 이어 최근 주물, 단조가공, 부품 조립, 기초 해양구조물 제조 등 선박건조를 위한 배후설비 투자에 나섰다.
또 저장성 닝보에 연간 12만톤 규모의 블록공장을 갖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산둥성 롱청시 60만평 부지에 2008년말까지 연간 50만톤의 선박용 블록 및 해양설비 생산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연내 산둥성 옌타이시 경제기술개발구 30만평 부지에 하역설비, 절단, 조립을 할 수 있는 블록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선협회와 현대중공업측은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공장 부지 및 인건비가 저렴하고 입지적인 여건이 뛰어난 지역들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 잠재경쟁국인 중국이냐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40년 넘게 세계 조선업계를 이끌어온 일본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R&D) 덕분이었다”며 “현재 STX는 중국에서 범용선만 건조한다는 입장이지만 선박 규모에 관계없이 투입되는 노하우가 현지인들에게 전수돼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후발업계는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STX그룹 진해조선소의 경우 도크 확장을 위한 추가 부지확보가 어려운데다 인건비 또한 비싸, 고부가가치선을 제외한 일반선박은 중국에서 건조할 수 밖에 없다는 것.
STX 관계자는 “진해조선소는 고선가ㆍ고부가가치선의 대명사격인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 등을 맡고, 중국 다롄기지는 벌크선 등 범용선종을 건조해 서로 역할 분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수주 잔량기준으로 중국은 세계 10위권 조선소에 한국(7곳)의 뒤를 이어 3곳이 있지만, 세계 50위권에는 일본(14곳), 한국(9곳)을 제치고 16개사가 포진하고 있다. 중국은 올들어 1, 2월 세계 선박 수주 실적에서 한국을 제치고 2개월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조선산업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