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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전망, 세계는 밝고 한국은 어둡고
[사설] 기업 전망, 세계는 밝고 한국은 어둡고

大韓商議대한상의가 국내 500대 기업을 조사했더니 56%가 “우리 업종의 미래가 어둡다”고 답했다고 한다. 건설업은 83%, 식품업은 75%, 시멘트·가스·제지인쇄업 등은 70% 이상이 자기 업종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했다. 5대 주력 수출산업이라는 철강금속과 석유화학 업종의 60%가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영국 이코노미스트誌지가 세계 기업 CEO 1006명에게 앞으로 3~4년간 사업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응답자 90%가 “전망이 밝다” 또는 “아주 밝다”고 답했다. 세계 대부분 나라 기업들이 자기 사업의 미래를 樂觀낙관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반대로 자신감과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경제의 내일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의 하나가 자신감과 의욕이다. 좋다고 생각하면 기운이 나고 결과도 좋아지고, 나쁘다고 생각하면 힘이 빠지고 결과도 나빠진다는 것이다. 사회과학에서 흔히 들먹이는 자기 實現的실현적 豫言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는 말뜻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이 싸우기도 전에 이미 패배감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정치에, 선거에 들떠 나라를 챙기는 사람이 사라져 버린 듯한 사회 분위기가 기업의 의욕을 더 흔들고 있다.

오늘의 세계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을 많이 가진 나라가 선진국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후진국이다. ‘포천’이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은 12개뿐이다. 미국은 170개, 일본은 70개, 중국이 20개다. 우리나라 10대 그룹 277개 계열사의 資産자산을 다 합쳐봐야 미국 GE 한 회사보다 적다. 인구비율에 비춰본 기업 숫자도 선진국에 비할 바 없는 수준이다. 한국의 종업원 5인 이상 기업 수는 49만5000개다. 인구가 우리의 2.6배인 일본은 같은 규모의 기업 수가 233만개로 우리의 4.7배다. 인구가 우리 6배인 미국도 기업 수가 우리의 7.5배인 368만개다.

우리 경제가 불같이 일어나려면 더 많은 기업이 태어나고 씩씩하게 성장하고 누구와 겨뤄도 꿀릴 게 없다는 의욕으로 武裝무장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1997년까지 한 해 11%씩 늘던 기업 설비 투자는 2005년까지 年연 1.3% 증가로 주저앉았다. 지금 우리를 먹여 살리는 반도체와 LCD 液晶액정산업은 모두 1990년대 초반 일본이 신규 투자를 미루는 사이 우리 기업들이 도전적인 선제 투자로 시장을 先占선점한 덕분이다.

그런데 선배들이 15년, 20년 전에 뿌려놓은 씨앗 덕분에 지금 그 열매를 따먹고 있는 우리가 15년, 20년 후 후배들이 그 그늘에 몸을 쉴 묘목 하나 제대로 심지 못하고 있다. 財界재계는 자신감과 의욕으로 떨쳐 일어나고, 국민은 그 불씨를 꺼트리지 않도록 몸으로 바람을 막아주는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가 제정신을 차리기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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